색! 가을
8월도 끝날 것 같은 가을의 문턱! 철 지난 가을 장마로 파란 하늘을 보기 어렵습니다.이어진 비로 토마토가 깨지고 커지면서 붉어진 고추도 옆구리가 찢어진 김밥처럼 씨앗과 속을 보여주며 깨진 틈이 심상치 않습니다.겨우 붉어진 고추를 말려 두어도 이것이 잘 마를지, 아니면 곰팡이가 생길지 걱정입니다.
원래 첫 물고추는 표피가 두꺼워 고춧가루가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렇게 비가 오면 다 버릴까 걱정입니다.그래도 오늘은 시원한 햇살은 아니지만 비가 그치고 서쪽으로 완만하게 해가 비쳐 다행이네요.
믿고 보는 단양노을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쪽의 넓은 어머니로 구름을 뚫고 빛나는 밝은 빛이 아름답습니다.
욕심이 너무 많았네요.라스티를 만들려고 채썬 감자가 넘치고 모양이 조금 빠집니다.그래도 소시지와 계란 후라이까지 구색을 하고 있네요.스위스 라스티에 국산 막걸리! 아담한 인터내셔널 식탁입니다.
새벽부터 쏟아지는 비에 어쩔 수 없이 책을 꺼내 몇 개 읽습니다.사실 단양에서는 불빛에 벌레들이 얽혀 주경은 생겨도 야독은 힘들어요.그래서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커피 한 잔에 음악을 띄우고 책장을 넘길 여유를 보입니다.오늘도 다 읽지 못한 '죽은 자의 집 청소'를 꺼냈습니다.1시간 여유를 보이니 비가 그치고 여기저기 구름이 걷힐 것 같아요.허겁지겁 나서서 이것저것 참견하다 보면 벌써 3시가 넘어 버립니다.
이제 사냥감도 조금씩 앤이 줄어드는군요.다행히 옅은 구름이 흩어져 있지만 하늘이 빳빳한 것이 '고추 말리기 참 좋은 날'입니다.
다음 주에는 여러 날에 비가 올 수 있어서 걱정이 되네요.내려오는 길에 들른 신씨 어르신 고추밭에도 깨진 고추가 많습니다.계속되는 비에 탄저병 약을 맞느라 여념이 없어요.그래도 작년에 비하면 올해 고추 재배는 전체적으로 잘 된 것 같네요.설령 잘못 고춧가루를 사야 한다고 해도 고춧가루가 많이 떨어져 부담이 덜할 것 같습니다.계속되는 철없는 장마와 구름 속에서 그래도 붉은 고추에서 가을빛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즐거운 하루였습니다.